얼마전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햐야오 감독이 은퇴하고 뒤를 이어받은 장남 미야자키 고로씨가 제작한다고 하여 무척 기대를 하였던 게드전기 : 어스시의 전설을 보았다.
중점을 두었던 관전 포인트는 하야오 감독이 그동안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였던 철학과 교훈들, 그리고 내용전개 방식의 비교이다.
먼저 결론을 한마디로만 표현하기가 힘든 것이 분명 실망한 것은 사실이지만 딱히 나쁘다고 말할 정도도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영화를 관람 후에 상당히 허탈했다. 기대를 너무 했던 탓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부실했던 부분이 많았다.
그동안 하야오 감독은 끊임없이 삶의 방향을 영화에서 제시해왔다. 영화마다 소재와 방향이 조금씩 바뀌었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철학은 우리의 삶을 재조명 한다는 것으로 일맥상통한다.
즉, 삶이란 행복하기 위한 것이며 스스로 유한성을 인식하므로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철학의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인간의 유한성을 부정하는 과학기술 이라던지 상실된 도덕성, 영생추구 등을 비판하였다.
특히 인간과 자연의 사이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하여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했다. 그속에는 맹목적인 자연주의(자연으로 회기)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존'에 대하여 심도있는 철학이 담겨있는 것이다.
게드전기 역시 이러한 하야오식의 철학이 많은 부분 수용되어있다. 다만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라는 문제를 간과한듯 하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부분을 상황에 따른 대사나 행동으로 보여주기 보다는 강요에 가까운 '설명'과 '설득'의 느낌이 강했다. 그것도 여러번 반복해서 말이다.
장면에 동기가 적절히 부여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주제를 대사로 처리하면 많은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인데 주로 영화의 긴장감이 갑자기 떨어진다던지 관객이 수긍하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영화 '동감'을 예로 들자면 후반부 학교 수의아저씨가 난데없이 나타나 영화의 주제와 교훈을 대사로 쏟아내는 부분에서 마치 주인공 유지태가 아니라 관객에서 설명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을 것이다. 당시 영화관객들은 이 부분을 보면서 실소를 금치못했었다.
게드전기 역시 앞에서 언급한 부작용이 모두 나타난다.
극 후반으로 진행되며 고조된 긴장감이 사라진 것은 물론이며 마치 장예모 감독의 '영웅'을 연상시키는 불사신의 주인공들과 악역 마법사인 '거미'의 모습에서 이미 영화는 설득력을 잃었다.
또하나의 문제점을 지적하자면 지나치게 인물과 배경설명을 위하여 많은 시간을(약 1시간 정도) 할애하므로서 후반부에 쓰일 시간을 제한시켰다는 점이다.
세계 3대 판타지 소설인 게드전기를 영화화하면서 명작에 대한 부담이 많았겠지만 반지의 제왕처럼 3부작으로 제작하는 것이 아닌 이상 지나치게 지루한 전개는 다양한 인물과 갈등의 요소 부재로 이어지며 단순한 스토리로 전락해버렸다.
지금까지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사실 게드전기는 용의 삽화와 음악만 좋았다는 혹평을 들을만한 작품은 아니다. '삶이란 죽음을 인식하는 것이다' 라는 철학의 테두리에서 편리함만을 추구하려는 태도를 비판하고 진실된 모습을 찾으면서 도덕성을 추구하는 등 현대인의 문제를 파해치는 시도는 좋았다고 생각된다.
미야자키 고로가 어떻게 과제들을 보안하느냐에 따라서 앞으로 하야오 감독보다 더 좋은 작품도 나오리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