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왔다는 감상에 젖기도 전에 빠르게 출국 수속을 하고자 걸음을 재촉한다.

특이하게 모노레일을 타고 청사로 이동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싶더니 우려했던 캐리어가 태클을 건다. 수화물이 벨트가 3바퀴 이상 돌고서야 나왔던 것이다.

결국, 예상했던 시간보다 조금 수속이 오래 걸렸다.


부랴부랴 2층에서 연결되는 JR티켓 예매창구로 향했다. 2층이 국내선인데 음식점이 있는지 카레냄새가 물씬 풍겨온다.

안내 표지판을 따라 유리로 보호된 통로를 지나자 사진에서 많이 보던 파란색 JR과 붉은색 난카이센 개찰구가 보인다.

변변찮은 공항철도 하나 있는 인천공항과 비교해서 간사이공항은 규모도 작은 데 비해 오사카 시내로 들어가는 철도가 2개나 있다는 것이 부럽게 느껴진다.

개찰구 맞은편이 미리 위치를 알아 놓은 미도리노 마도구치, 철도 승차권을 예매할 수 있는 일명 녹색창구다.

줄이 있기에 얼떨결에 뒤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직원이 흘끔 눈치를 보더니 외국인이냐고 묻는다.

교환권을 보여주며 JR패스 발급 받는다고 하니 따로 마련된 창구로 안내한다.

간단한 서류를 작성하라고 주는데 대강 여권번호와 개시일 등등을 적게 되어 있다.


이미 포스팅 해 놓았지만 한국에서 기차 시간을 모두 조사했기 때문에 예약할 티켓 리스트가 있었다.

적는 동안에 종이를 건네주었는데…. 나는 직원의 얼굴이 잠깐 굳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 -_-


하긴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간사이부터 홋카이도 지역까지 마이너한 티켓이 총 망라 되어 있는 데다가 장수만 해도 세미 몫까지 30장이었다.

안내직원이 예매창구의 직원에게 종이를 건네주며 해맑게 웃어주신다.

고생하라는 만국 공통어가 나에게까지 전달된다. 나도 고생하라는 응원의 말을 속/으/로/ 전달했다. :P

예매는 처음부터 문제가 생겼다.

JR패스 개시의 첫 열차인 3일째 신오사카 ⇨ 도쿄행 신칸센의 지정 좌석이 매진이라는 것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흡연석은 좌석이 있다고 한다. 미리 역에 가서 자유석을 기다릴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고민하다가 결국 금연석으로 결정.


하나하나 책자를 찾으며 엄청나게 꼼꼼히 찾아서 발권하는데 우리나라의 전산시스템이라도 소개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우리나라의 발매창구! 얼마나 신속한가! 번개같은 손놀림으로 행선지와 시간을 투다닥 쳐주신 다음에 바로 대답이 튀어나온다.

한참 토론(?)을 하며 책자를 찾다가 하마나스의 노비노비 카페트카의 좌석이 없다고 한다.

이것은 어느 정도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예상했기 때문에 차선책인 드림카 좌석을 요구하였다. (이 노비노비 좌석은 나중에 우리를 무척 괴롭히게 된다)

생각해보니 로컬센(Local은 전철 개념으로 자유석만 있음)은 빼고 건네줘야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참을 찾다가 후라노센과 고베센은 지정석이 없고 그냥 가서 타면 된다는 설명을 해준다.


다행히 제일 걱정했던 선라이즈 노비노비 카페트카 좌석은 있었다. 이 경로는 차선책이 야간버스이기 때문에 반드시 사수해야 할 티켓임!

이미 예정된 16시 02분 난카이센 열차는 떠난 지 오래전이고 녹색창구에 들어온 지 50분이 넘었을 때 비로소 우리에게 예매된 티켓이 전달되었다.

물론 그동안 창구는 우리 때문에 마비상태! 줄은 어느새 길게 늘어나 있고 한참을 기다리신 오사카 시민 여러분 고멘나사이 ㅠ_ㅠ


난카이센은 30분 간격으로 있기 때문에 다음 열차는 16시 32분. 시계는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은 십중팔구 헤맨다는 오사카 지하철표 발급기를 무한 초능력을 사용해서 30초 만에 패스하고 마구 뛰어준 덕분에 문 닫히기 10초 전에 무사히 Safe!

신사이바이는 저녁 8시가 지나면 많은 가게가 문을 닫기 때문에 어떻게든 일정이 늦어지는 것을 30분으로 막았다는 사실은 불행 중 다행이다.

역을 지날 때마다 녹색창구가 보이는 대로 계속 하마나스 노비노비 카페트카의 좌석을 물어보기로 하고 정 안되면 삿포로에서 도쿄로 주간에 이동할 마음으로 일정과 시간을 수정해 본다.

세미가 예매창구에서 가져온 간이 열차 시간표가 많이 도움된다.


수정이 끝나고 불안한 마음으로 비로소 주위를 둘러보니 열차는 난바를 향해 절반 정도 이동해 있었다.

캐리어를 가지고 한국말을 하는 우리를 몇몇이 신기하게 쳐다볼 뿐 국철에서 흔히 보던 풍경이다.

인상에 깊은 것은 차장이 모든 안내 방송을 한다는 것! 한껏 권태스러운 목소리로... :P

모든 것을 GPS와 기계에 의존하는 우리와 달리 정감이 느껴진다. 철도원으로서도 자부심이 느껴질 수 있는 동기가 되지 않을까?


또 하나, 새삼스럽지만 일본의 지하철에서 모든 사람이 책을 들고 있다는 말은 거짓이다.

시끄럽게 떠들거나 문자를 보내는 사람도 있고, 게임을 하는 사람은 게임 왕국 답게 우리나라보다 더 많아 보인다.

역시 '사람 사는 곳은 비슷하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만, 시끄럽게 통화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 특징!!!

몇 차례 유치원 무리와 학생 무리가 바뀐 후에 우리는 종착역인 난바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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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지가 따로 있어 종착역을 지나가는 우리와 달리 마치 분단된 철도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난바역. 끊긴 철로 앞을 걷는 느낌이 특이하다.


지하철 역 개찰구 앞에는 간사이 지방의 명물이라는 551호라이가 수증기를 내며 손님을 끊임없이 불러들이고, 또 다른 한쪽은 조그만 서점이 있는 풍경이 왠지 일본에 비로소 도착했다는 느낌을 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복잡한 개찰구를 빠져나와서 본 풍경은 끝없는 자전거 주차의 행렬.

게다가 인도에서 자전거들이 마구 지나다니는 모습은 위태위태해 보인다. 역시 오사카! :)

치마를 입고 가방을 실은 여학생부터 장을 본 아주머니까지 오사카는 자전거의 천국이다.

대신 우리나라처럼 고성능 기어에 티타늄 등 신분을 나타내는(?) 자전거가 아니라 전면에 바구니가 달린 낡은 자전거들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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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0 13:19 2007/12/10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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